느린 시간으로 나무를 깎다

나무로 된 일상 도구를 직접 자신의 손으로 깎아 만드는 우드카빙(wood carving).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살림도구를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점 때문에 관련 강좌나 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는 분야다.
<카빙노트, 나무로 살림; 느린 시간으로 나무를 깎다>는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우드카빙을 위한 가이드북이자 생각을 공유하는 책이다. 가구를 만드는 목수이면서, 살림도구를 깎는 나무작업자로 불리는 저자가 오랜 기간 사람들과 소규모 카빙워크숍을 진행하며 얻고 나눈 고민과 이해를 숟가락, 접시, 도마, 나이프를 깎는 과정을 통해 풀어놓는다.
“조용조용한 문장이다. 가만가만 따라가며 읽는다. 깎다 멈추고 깎다 멈추는 나무 작업자의 손길처럼 자꾸 내 삶 어딘가를 살펴보는 기분이다. 그러다 문득 멈추면 그것이 나겠지. 꼭 나처럼 나를 놓아두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몸 어딘가 시큰해진다.”
- 유희경(시인),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운영자
지속 가능한 우드카빙(wood carving)을 위한 나무작업자의 노트
깎기에 담긴 여러 생각과 나무에 대한 이해… 칼 사용법 등 소개
“남머루의 나무 살림은 시인의 시작(詩作)과 닮았다. 디자인되는 것이 아니라 직관으로 이루어지는 남머루의 나무 살림은 나무에 새기는 시다. 정했으나 정해진 대로 되지 않는 작업. 의도와 우연이 만나는 자연스러운 데에서, 남머루는 나무를 살리고 삶을 살린다. 그렇게 우리는 ‘살림’을 한다.”
- 최규승(시인)
지속 가능한 우드카빙은 똑같은 살림도구를 찍어내듯 만드는 것에 있지 않다. 칼질을 통해 매번 다른 모양의 숟가락, 다른 무늬의 도마, 다른 생김새의 접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우드카빙이라면, 도구마다 다른 가르침이 아니라 작업마다 다른 생각이 필요하다. 우드카빙의 진정한 매력은 나만의 살림 도구를 만드는 몇 시간 동안, 긴 세월을 살아낸 나무와 공감하고 나의 진짜 얼굴과 만날 수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드카빙에 대한 기초 지식과 다양한 살림도구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단순한 매뉴얼이나 레시피의 형태로 채워지지는 않았다. 스스로 나무를 깎는 작업이 돈으로 살림 도구를 구입하는 일과 다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깎는 방법을 반복하는 것에 앞서 나무가 살아온 시간을 살피고, 쓰임과 형태가 확정되지 않은 작업의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작업 과정마다 드러나는 생각, 나무나 살림도구가 갖는 의미, 나무를 대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자세를 세 장에서 나누고 난 후에야 우드카빙의 실전에 대해 설명한다.
1장 ‘나무로 전환’에서는 카빙 작업의 단계별 과정에서 퍼올린 직관과 워크숍에 대한 이해를, 2장 ‘어제의 나무’에서는 카빙작업의 재료가 되는 나무와 살림도구에 대한 관찰과 깨달음을, 3장 ‘나무작업자’에서는 나무를 다루는 직업과 생활에 대한 오랜 생각을 기록했다.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숟가락의 구조부터 깎기와 칼의 종류와 사용법, 마감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담았다.
저자는 단순히 고정된 순서와 종류별 방법보다는 나무라는 재료가 가진 결과 방향을 따라 작업자가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어가기를 원한다. 깎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살림도구들은 작업의 순간순간을 통해 변화하며 그 결과물이 항상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혼자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 나무를 대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 여유로운 시간 속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은 사람, 나만의 살림도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충실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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