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는 아름답게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첫 번째 삶을 산다. 그러다 베어지고 나면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드는 일, 혹은 종이나 자잘한 물건들로 변하여 또 다른 역할을 감당하며 두 번째 삶을 산다. 크게 자라는 것만을 나무의 전부로 알았다면 나무의 반쪽만 본 것이다.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목재, 혹은 다른 이름이 되어 부여된 삶을 다시 살아간다.
이 책은 목공에 입문한 초보가 나무와 목재 사이를 오가며 두 가지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아있는 나무가 푸른 잎을 무성하게 드리우고 꽃을 피우며 때로 비와 바람에 춤을 추는 화려한 삶을 살아가듯 인간도 한동안 넘치는 욕망의 길을 간다. 목재가 모든 것을 추억에 가두고, 살아낸 흔적만으로 존재를 드러내듯, 인간도 어느 순간 멈춰서 삶이 어떠해야 할지 스스로 질문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상자에서 간이책상, 탁자, 서랍, 스툴, 액자 등 딸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면서 체험한 목공체험 노트이지만 매뉴얼 북은 아니다. 나무로 물건을 만드는 일은 몇 장의 사진과 설명으로 쉽게 따라하거나 이해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가에 대한 경험담과 도전에 대한 권유를 만날 수 있다. 나무를 켜고 자르고, 문지르고 이어가는 경험을 통해 사람의 집에서 함께 다시 살아가는 나무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나뭇결이 알려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나무의 이름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의 속살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닮아 있는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지식들을 공유한다.
소비를 통해 얻는 흥분보다 만족이 주는 절제가 얼마나 소중한지, 배부르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나무를 통해 단 몇 사람에게 만이라도 전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 책은 쓰였다. 더는 자라지 않는 나무의 모험, 목공에 대한 도전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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