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으로 운영되리라 믿은 규칙과 제도가
왜 현실에서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다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다

비대면의 일상은 강화되고, 플랫폼 중심의 생산과 소비는 인간을 더욱 무한경쟁으로 내몬다. 디지털기술은 경제적 욕망과 자본을 위해 작동하는 도구가 되었다는 혐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자기보존과 욕망 충족 이상의 것을 가치라 생각하고, 그것을 성취하고 실현할 때 인간이 행복하다는 생각은 이제 정말 꿈꿀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일까?
『인간이라 행복하다는 착각』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인간 본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인간이 상호성의 본성을 가진다고 논증하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할 용기를 가질 것을 요청하는 책이다. 철학이 고대의 존재 중심에서 근대 주체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과 인간을 주체로 정립하려는 계몽철학이 기획되고 전개되는 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독자들은 왜 긴 시간동안 그렇게 힘들게 쟁취한 자유가 자기보존을 위한 경제적 관심으로 쉽게 대체되었는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책은 이를 위해 인간의 존재론적 본성이 가지는 자기의식의 발생, 개별적이면서 유적 존재, 정신적이면서 육체적 존재라는 계기들에 대해 논의한다. 또한 상호성에 근거해 진리, 자유, 미를 고독한 주체의 주관적 구조를 통해 보편적인 것으로 정립하려는 계몽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인식, 도덕, 예술이 상호성에 기초하는 것으로 파악할 때 왜곡되는 것 없이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고 논증한다.
이 책의 핵심내용은 두 가지다. 우선 개인의 선한 삶과 자유는 사회가 그것을 증진하고 보호하고 있는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생산을 목적으로 조직된 사회와 이를 정당화하는 이론들에 대한 규정된 비판을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사회적 절차와 제도가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개인의 도덕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숙은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려는 성향을 기르는 동시에 선을 의지하는 도덕적 성향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선한 행위를 하려는 의지가 없거나, 어떤 것이 선인지를 판단하는데 사고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가치기준도 인간을 위한 것에 한정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교환의 합리성과 인간 중심주의는 모든 것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돌려놓았다. 끝으로 이 책은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은 단순한 교환가치가 아니라 그 자체 내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책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이 일치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향의 길을 걷고 있지만, 타인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느낀다. 결국 ‘나와 너’의 좋은 관계가 보호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나와 너’가 모여 형성된 ‘우리’ 사회가 좋은 사회여야 한다. 자유의 문제도 단순히 개인이 의지의 자유를 가지는지 어떤지의 문제로는 답을 찾을 수 없으며,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보장하는 자유로운 사회인지의 문제가 된다. _97p
더 이상 진리나 가치에 무관심한, 오직 생산을 위한 생산에만 몰두하는 기술적 합리성은 자연을 기술이 조작해야 할 대상으로 처리함으로써 자연을 황폐화시키고, 자연과 관계하는 인간마저도 기술적 합리성으로 조직된 체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부속품으로 전락시킨다. 결국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위기는 인식론적으로는 정신우월주의, 윤리적으로는 자연과 독립된 정신을 가진 인간이 존재론적으로 우월하다는 인간 중심주의의 사회적 결과물이다. _118p
인간이 육체적이면서 정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이 중요하듯이 육체와 유사성을 가지는 자연과 상호작용이 근본적이다. 이처럼 인간을 상호성의 본성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올바르다면 인간 도덕성의 원칙도 이러한 상호성에 기초해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인간이 상호성의 본성을 가진다는 것에 기초해서 진리와 인식, 자유와 도덕, 미와 예술의 자율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결국 인식, 도덕, 예술도 상호성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_133p
그림의 파이프는 실제 파이프의 이미지이고, 이미지는 감각적으로 지각된 표상을 재현한 것이다. 감각이 실제로 존재하는 파이프를 존재하는 그대로 재현하지 못하듯이, 그려진 이미지가 아무리 실제 파이프와 유사하다 하더라도 감각적으로 지각된 것을 그린 파이프는 실제 파이프와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마그리트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실재로 착각하고 집착하면서도 존재하는 실재에는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_288p
인간은 단순히 자기보존과 욕망 충족 이상의 것을 가치(선)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것을 성취하거나 실현할 때 행복해 한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이고 인간이 도덕적 존재라고 불리는 이유라면, 정작 성인이 된 인간이 자기보존에 필요한 돈에 집착하고, 돈을 벌면 행복해한다는 것은 다시 동물로 퇴행하는 것은 아닐까? 동물처럼 살아서 안 된다면, 인간이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 덜 행복한 것이 아닐까? _308p
도덕교육이 교육에서 다른 어떤 과목보다 우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도덕교육 없이 학생들이 도덕적인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누군가 부도덕한 행위나 범법행위를 했을 때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 오히려 사회에 더 큰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덕교육도 실천적 지침이나 규범을 가르치고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생각하고, 올바르게 선을 판단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_3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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